2011.07.22 11:32

지역공동체와 지식공유, @자유상상캠프

지난해 <지속가능한 창작 공동체>를 꾸렸던 김미경님께서 요즘은 뭘하시나 궁금하던 참에,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관심을 바탕으로 한 가상공동체의 '지속'에 대한 한계때문인지, 땅에 발 붙이고 시작하는 지역공동체에서 그동안 고민하던 것을 풀어내고 계시더군요. 얼마전 비오는 날 만나서 부천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방법으로서 <자유상상캠프>를 기획/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불어 2011 여름자유상상캠프의 시작으로 포럼을 준비하는데, CC를 한번 소개해서 이슈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제안도 하셨죠. 마침 저도 실제 공동체에서 만들어내는 지식과 문화가 퍼져나가는 방법으로서 오픈소스와 오픈콘텐츠에 대한 궁금함을 가지고 있던 차였습니다.

제시해주신 제목은 '새로운 창작과 올바른 공유를 위한 라이선스, CCL' 이었지만, 저는 '지역공동체와 지식공유'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지역공동체가 사용하고 만들어내는 지식과 문화는 왜(어떤 이유로) 공유되어야 할까였습니다.
  • 2011년 7월 19일, 부천 시민학습원
  • 자유상상캠프 http://sangsangcamp.net/

준비하던 키노트 파일이 저장도 안되고 날라가주시는 덕분에 프레지로 자료를 준비했네요. 화면만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 아래 설명했던 내용을 추가합니다. 프레지의 모든 소스는 그대로 복제가 가능하지만, 앞쪽의 일러스트는 제가 따로 사용허락을 받은 거라서 아쉽지만 재사용을 자제해주세요.(일러스트 by 엄선흠, all rights reserved)



  • 예전에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배울 것들은 모두 마을에 있었습니다. 각 마을마다 삶의 지혜를 공유하며 하나의 지식공동체를 이루고 있었죠. 즉, 지역공동체와 지식공동체가 일치했습니다. 마을에서는 '나만 알고 있는 지식'이란건 없었습니다. 옆집 숟가락 갯수까지 알고있던 사이였는데요. 김장도 모두 모여 돌아가며 함께 담가주었으니까요. 어떤 비법이 몰래 전수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 마을 안에서는 정보가 긴밀하게 공유되었던 반면, 마을 간의 소식은 제한되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도시로 떠났습니다. 어른들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물려줄 곳이 없어지고, 젊은이들은 도시에서는 어른에게 배울 것이 없어졌습니다.
  • 하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정보로부터의 접근이 가능해졌습니다. 사람들 개개인이 정보를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밖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정보를 다른 곳들과 공유하는 것도 쉬워졌습니다.
  • 문화라는 것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합니다. 서로 따라하고 복제하는 것입니다. 완전한 무에서부터 만들어지는 창작물이란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해주시던 옛날이야기와 지금의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이야기 사이에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 할때마다 새로운 버젼이 만들어진다. - 듣고 또 듣는다고 들을때마다 돈을 내야하지 않는다. 다시 예전에 이야기와 흥얼거림이 전파되던 방식으로 되돌아 가고 있습니다.
  • 이야기와 흥얼거림은 듣는 사람에 따라, 전달하는 사람에 따라, 그 시대에 따라 마치 생명체처럼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간에 이야기와 노래가 그릇에 담겨서 전달되던 시기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 때의 관념과 만들어진 법에 의해 크게 영향받고 있습니다.
  • 그 그릇들은, 책, 음반, 필름 등등입니다. 이런 유형물들은 이야기와 노래를 더 멀리, 더 오랫동안 전달해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와 노래를 그릇에 담는 데 드는 비용이 꽤 비쌌기 때문에 그릇 제작자들에 의해, 그릇에 담을 이야기 중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것들이 선별되었고,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꼴을 두고볼수 없게 되었습니다.
  • 그러다보니 이런 이상한 사태가 벌어집니다.
    • [Let's go crazy] 2007.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드는 아기동영상 저작권침해 소송(YouTube)
    • [미쳤어]2010. 5살 꼬마의 노래와 춤 저작권침해 삭제조치 (네이버 동영상)
    • [Rocky, Gonna fly now] <Mad Hot Ballroom> – 춤을 통한 아이들의 성장에 대한 독립영화. 사용된 기계음 6초에 부과된 음악저작권료 $10,000
    • [심슨가족] <니벨룽겐의 반지> 제작에 관한 교육목적 다큐멘터리. 인터뷰 중 배경으로 나온 심슨가족 영상 4.5초에 부과된 음악저작권료 $10,000
    • [신데렐라 언니] 2010. SBS의 저작권침해 드라마리뷰 블로그 삭제조치. 블로거들이 리뷰를 포기하거나 드라마 이미지 대신 오래된 신데렐라 이미지 사용
  • 이렇게 점점 거대한 공룡이 되어가는 저작권법을 하루아침에 갈아엎기는 너무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저작권 자체를 무시하고 엄연히 저작자가 있는 저작물을 허락없이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나의 새로운 창작을 위해서 인류가 그동안 만들어온 창작물이 아주 살짝 필요할 뿐인데, 허락없이, 댓가 없이는 불법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커다란 무력감을 느끼고, 이게 점점 심해지면 죄책감을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무관심하게 됩니다. 창작따위는 포기하고, 아주 작은 소극적인 활동을 하죠. 나는 불법은 안해야지. 하면서 네이버에서 돈주고 mp3 구입하죠. 하지만 이런 무력감, 죄책감, 무관심 대신에, 가슴뛰게 좋은 세상을 위해서는 좀 더 신나는 일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 저작권 자체는 인정하되,한사람한사람이 직접 작은 실천을 하면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아갑니다. 내가 만든 저작물에 [Creative Commons] 이렇게 표시해서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이렇게 생긴 모양 보신분? (6~7분 손드심)
  • 12개의 서로다른 원작품을 모아서 만든 꼴라쥬 작품입니다.
    • Q: 12개의 원본이미지 중에 창작자에게 연락하여 허락을 받은 것은 몇 개일까요?
      (여기에서 5개!라고 대답하신 분이 계셨어요)
    • A: 0개
    • Q: 창작자에게 허락받지않았으면 불법콘텐츠인가요? 우리가 아까 본 사례들처럼 인터넷에 올리면 침해소송 당하거나, 삭제조치 해야하나요?
    • A: 아니요!창작자가 미리 모든사람에게허락해둔 거예요
  • 이게 무슨 뜻일까요? 어떻게 가능할까요? CC가 바라보는 문화란 어떤 것일까요? 이 동영상을 한번 보여드릴게요.
  • 이건 이용허락 방법의 차이입니다. 허가 vs. 자유. 기존의 저작권은 저작자에게 '허락'을 맡아야 하고, CCL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미리 허락을 해놓은 것입니다.'허가'라는 것의 역할은 거절당할까봐 위축되게 하고, 그렇게 권위를 만듭니다.
  • 사실 제가 앞쪽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CCL 이미지가 아닙니다. 많이 보시는 "All rights reserved"라고 써있죠. 우리나라의 마을을 담고 있는 사진이나 그림을 찾다찾다 못찾아서 고민하고 있는데, 아는 분의 그림이 생각나서 부탁을 해서 사용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전화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걸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어떡할지 걱정을 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써있었거든요. 다행히 아는 분이라서 연락을 하고 사용허락을 받았지만, 모르는 사람이라면 저작자를 찾아서 연락한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거든요. 특히 그림책, 음악, 영화 같은것은 관련된 저작자가 엄청 많습니다.
  • 그러나 그 그림 외의 책, 음반, 필름 등 다른 사진들은 플리커에서 찾은 CCL 콘텐츠입니다. 허락? 필요없습니다. 그래도 된다고 약속받은 것이니까요. 여기에서는 "Some rights reserved"라고 써있습니다. 저작권은 창작과 관련한 권리이며, 여러가지 권리를 묶어서 저작권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 모두를 모아 All right reserved라고 합니다. 이와 반대개념은 완전한 공공재로서, 소유자가 없는 것으로 No right reserved입니다. 그러나 저작권을 인정하되, 함께 나눠 쓸 수 있도록 한것이 Some rights reserved의 CC 입니다.
  • 컨퍼런스 참가비는 엄청 비싸지만, 가치있는 아이디어는 퍼져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TED 영상, MIT의 강의를 공개하여 학생들은 복습하고 예비입학자는 예습으로 학생의 수준이 높아지는 OCW 강좌, 보도사진 기자가 촬영한 사진을 웹에서는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Newsbank 사진자료, 오른쪽 버튼도 막아놓는 사진 자랑 사이트가 아니라 전세계사람들과 사진을 공유하기 위한 Flickr, 나는 가수다나 TV에 나오는 음악만 음악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음악, 내 옆사람이 만드는 것도 음악이라는 걸 안다면 좋은 음악을 찾을 수 있는 음악 공유사이트 Jamendo... 함께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왜 여기 이렇게들 모여서 자신이 만든 창작물들을 남들이 가져다쓰면 고맙다고 내놓고 있는 걸까요? LetsCC.net에 가서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창작물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 앞의 강의에서 적정기술에 대한 소개가 있었는데, 그런식으로 농기구의 설계도를 CCL로 공개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오픈소스에콜로지) 그리고 카트리나 프로젝트처럼 재난지역에서 집을 바로 지을 수 있도록 집의 설계도를  CCL로 공개하는 프로젝트도 있구요.(오픈아키텍트네트워크). 이런 오픈소스와 오픈콘텐츠는 DIY를 가능하게 합니다. 
  • 저는 요즘 이  DIY라는 말에 꽂혀있는데요. 소스만 오픈되어 있다면 생산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단어입니다. 
    • It: 무엇이든 들어갈 수 있는 대명사입니다. 가구, 농기구, 건축, 심지어 인공위성까지.
      (정부의 정보를 뜻하게 된다면 쓸만한 공공정보를 직접 가공하여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수도 있겠구요.)
    • Yourself: 민주주의와 동의어입니다. 권위, 엘리트, 기업, 공공기관이 만들어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스만 오픈되어 있으면 내가 직접 한다는 것입니다.
    • Do: 아무리 소스가 오픈되어 있다해도, 내가 직접 실행하지 않으면 소용없으니 가장 중요한 단어이겠죠.
  • 이런게 왜 가능하냐면, 우리가 공유하는 것이 디지털 콘텐츠이고, 지식이고,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같은 물건은 남이 쓰면 내게서 없어지지만,
    지식과 문화는 촛불같아서 남이 쓰면 쓸 수록 퍼져나갑니다.
  • 다시 마을로 돌아와봅니다.
    commons, 공유재, 공유지라는 것은 동네 가게 앞의 평상 같은 곳입니다. 사유지이지만, 남들과 같이 쓰면 더욱 좋은 것, 남들이 써주면 더 고마운 것입니다.
  • 우리는 협력하기 위해서, 창조하기 위해서, 수동적인 소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내가 가진 것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앞에서 지역민간재단과 적정기술에서 설명하신 것처럼, 너무 큰 쪽으로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대도시, 대형기술 대신에)
    개개인이, 그리고 공동체가 모두 창작자가 되어야 하고, 열림과 나눔의 가치를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의 정신입니다.

발표를 끝내고 간단한 질문과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지역의 문화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는 충만하지만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젊은 활동가 분은, 저 역시도 이날의 만남을 통해서 알아보기 시작해보고 싶었던 '과연 지역에서 무엇을 공유하면 좋까'를 질문하셨습니다. 수도권은 워낙 대도시로부터 받는 정보가 크다보니, 수동적 소비자로 머물게 되지만, 여기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그동안의 활동들을 잘 정리하여 공유하게 되면, 비슷한 고민과 실험들을 하고 있는 여러 다른 단위들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한 젊은 여자분으로부터는 대중매체와 광고에 의해 문화상품을 구매해야만 한다는 좁은 시각과 세뇌된 죄책감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우리 모두가 창작자이고, 생산자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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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2 12:52

CC Usage(Volume & Freedom Score)로 본 CC Korea의 과제

이미지출처: Giorgos Cheliotis, http://wiki.creativecommons.org/Metrics


  현재 세계적으로 CCL이 적용된 콘텐츠는 1 6천만 개가 넘습니다. 이 숫자는 야후 검색엔진에서 CCL의 메타데이터가 검색된 수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입니다. 이 추정치에 따르면 국내 CCL 콘텐츠는 약 380만 건 정도이고, 우리나라는 전세계 52개국 중에 5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 포탈의 블로그, 카페의 콘텐츠가 야후 검색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CCL 사용량은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CC Korea의 활동은 전세계 CC로부터 주목받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CCL 사용에 대한 다른 중요한 순위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CCL저작자표시(BY)” 부터 저작자표시(BY-NC-ND)”까지의 조건을 자유도 6부터 1까지 점수를 매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계산된 전세계의 자유도 평균은 3.21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유도는 1.77으로, 52개국 중에 51위를 차지합니다.

 

  여기서 CC Korea는 두가지 과제를 얻습니다.


  하나는 CCL콘텐츠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검색이 잘 되게 하는 것입니다. CC W3C와 함께 CCL 메타데이터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CC Korea는 서비스 제공자가 ccRel이 권장하는 메타데이터 표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CCL 콘텐츠를 잘 식별할 수 있도록 이 내용을 알리고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다른 하나는 검색과 활용의 문턱을 낮추어 콘텐츠의 리믹스remix와 재사용reuse 선순환을 통해 창작물 유통을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자신의 창작물을 변경가능하도록” CCL조건을 설정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더 많은 콘텐츠들이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지금 CC Global에서는 매일 업데이트 되는 CCL 추정사용량 페이지를 오픈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CC 싱가포르의 Giorgos Cheliotis가 매년 글로벌 서밋에서 발표하던 내용이 매일 업데이트 되는 것입니다. 52개국 중 사용량 5위, 자유도 51위의 우리나라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어떤 노력이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겠지요.

  CC Korea는 CCL 콘텐츠의 메타데이터를 담아두는 리포지토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검색 API도 공개하여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곳에 오면 모든 CCL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다는 것, 여기서 검색한 콘텐츠는 저작권위반에 대한 고민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 내가 받은 혜택만큼 나도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좀 더 활용가능한 CCL의 조건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것, 그래서 웹상에 공유할 수 있는 창작물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이런 선순환이 cc Repository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각각에 대해서는 따로따로 자세하게 소개할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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