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5 18:14

네트워크 사회의 사회운동

학부 공대출신으로 IT업계에서 조금 어슬렁거리다가, 아무래도 돈벌다 죽을것 같애서 대학원진학 고민을 했었습니다. 원서 내기 전날까지 갈등했던 기억입니다. 정보사회학을 할것인가, e-biz경영학을 할것인가..

지금이야 '사회학'과 '경영학'의 가치가 얼마나 엄청나게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되었지만, 공대 베이스에, 사회생활 3년정도... 명확하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할 수 있죠. 어렴풋이.. 대학원 졸업후에 계속 내 능력을 돈버는 데 소모하고 싶은가, 일을 그만두고까지 뭔가를 찾아 나서는 건데, 이후에 더 돈을 잘버는 것을 선택할지, 그게 내 가치가 아니라도 좋을지 이정도의 느낌이 있던거 같네요.

알게모르게 인생 전반에 영향을 주고 계시는 샘이 정보사회학을 해야한다하고, 내가 끌리는 책을 쓴 분들이 대부분 정보사회학을 가르치고 계시길래.. 그게 "사회학"인줄 모르고 덜컥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이과에, 대학 공대에, 취업해서 본 책들은 대부분 기술서들이었는데.. 첫 사회학 수업은 참..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한시간동안 사회학 이론을 얘기해주신 교수님께서... 이건 틀린 이론이라고 하시는거예요.

띵~
대체 왜 틀린 이론을 가르쳐주는거지???
공업수학시간에 틀린 공식 가르쳐주는거 봤습니까????

어쨌든 사회학이 뭔지도 모른채 코스웍이 끝나고, 어찌어찌 논문을 쓰게 되었지요. 제가 이런저런 것에 관심이 있다 했더니 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생각중에서 이런이런 이론을 가지고 한번 써보자고 하셔서, 잦은 대화와 정리시간을 가지게 되었지요. 정확히 무슨 얘기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쓰면서 흥분되고 가슴뛰고 신났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 몇년전 써놓은 일기장을 발견하면, 그때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썼던 내용을 내가 지금 너무 열심히 하고 있을때, 깜짝 놀라곤 하는때가 있잖아요. 제가 그때 썼던 논문이 그렇더라구요. 이제는 가끔씩 복습합니다. 제 인생의 이론서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이미 이전부터 사이버공간에서의 사회운동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시민운동 단체와 네트행동주의의 온라인 특성에 대해서도 비교연구가 이루어져오고 있구요.


<표 1)> 시민운동단체와 네트행동주의의 온라인 특성 비교

구분

시민운동단체

네트행동주의

온라인 조직 중심

온라인 전문부서 중심

자원 활동가, 참여자 중심

온라인 관리체계

전문화, 체계화

조직과 인원의 공식 배치

미분화, 느슨한 구조

직접 필요 따른 사후적 배치

의사결정 구조

공식 보고체계

분권화 가능성

집단적, 민주적 의사결정

멤버십

명시적 멤버십

차등적 회원제 규정

느슨한 멤버십

개방적 회원제

조직 참여구조

회원 참여 공간 확대

네티즌 참여 네트워크

조직 형성․유지

위로부터의 형성

지속성과 고정성

아래로부터의 형성

일시성, 지속성과 변형 가능성

전략 초점

공론장 확대

대항공중 창출

이슈 성격

제도개혁

시민권리 대변

생활 이슈

대안 가치

온라인 활동

정보화 정책 (정보 제공)

미디어 정책 (홍보 및 공론화)

네트워크 정책 (캠페인)

온라인 행동

온라인 토론

온라인 커뮤니티

운동에의 효과

조직 기반 확장

지지의 동원

풀뿌리 참여

네트워크 연대

출처: 고동현, 2003


논문에서 제기했던 문제는 기존사회운동의 기준으로 새로운 사회운동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2005년 이전)만해도 사이버공간에서의 운동과 현실공간에서의 운동이 구분되어 얘기되고 있었고, 그래서 이 글에서는 두 공간 모두를 네트워크사회의 사회운동공간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였죠.
전통적으로 사회운동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연구하는 이론 중에, 자원동원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사회운동은 먼저 깨인 누군가 의도적으로 조직하고 동원해야 하는 것이고, 온라인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낮추어 자원(비용과 사람, 시간 등)을 동원에 대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고 하는것이죠.
하지만 새로운 사회는 운동조직에게 특혜를 주는 대신, 완전히 새로운 집단과 개인들을 사회운동의 주체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은 무얼 하는지 분석을 한 것이죠.

지금은 이런걸 이렇게 구구절절히 설명할 필요도 없이 네트워크 사회에서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걸 느끼고 있습니다.

<표 2> 전문활동가와 활동적 시민의 속성 비교

 

전문활동가

Professional Activist

활동적 시민

Active Citizen

운동의 성격

 지속적 사회운동

 일시적 특정 이슈

time

 full time

 part time

보수

 paid

 volunteer

홍보수단

 대중매체

 인터넷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원 졸업 후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전통적인 시민단체를 경험하고, 그리고 어떤 조직이 아닌 사회변화를 꿈꾸는 커뮤니티를 차례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커뮤니티가 '일시적 특정 이슈'에만 뭉쳤다가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변화하면서, 어떻게 원래 있는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는 3년여간의 자발적 커뮤니티 형태의 조직에서 올 1월에 NGO로서 사단법인 등록하였습니다)

전통적인 시민단체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일상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려 하고, 새로운 사회변화를 꿈꾸는 커뮤니티의 '의미있는 딴짓'에 참여하고 싶은 여러 일상의 회사원, 학생 등등은 이 조직이 그들의 '지속적인 CC질'을 지원해주길 바랍니다.
('지속적인 CC질'과 '의미있는 딴짓' 등 창의적인 용어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종은님 와우~)


저는 그들을 '활동적 시민'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특징을 나열했지요.
(노대통령탄핵반대운동 사례를 연구하여 얻은 내용입니다)

첫째. 자발적이며 활동에 자부심을 갖는다. 활동적 시민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다. 활동적 시민은 자신이 관심 있거나 호기심을 갖는 분야와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의견을 제안하며, 주장을 펼친다. 자발적 활동들이기 때문에 어떤 ‘대상’이 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다.
둘째, 익명성 안에 숨지 않는다. 활동적 시민은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의 활성화에서 보듯이 자신을 표현하는데 익숙하다.
셋째, 생계를 위한 활동이 아니다. 활동적 시민은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편집하고 동영상을 만드는 등의 창작적인 활동을 하지만 그에 대한 보수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넷째, 자기실현욕구의 방법으로 활동을 한다.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면 이들이 활동을 통하여 얻는 것은 자기실현에 대한 만족일 것이다.
다섯째, 즐거움을 추구한다.
여섯째, 시간적으로 제한된 참여가 이루어진다. 극히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직장에서, 학교에서 자신의 본업을 지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참하고 여유시간에 글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며 퇴근과 방과 후에 오프라인 집회에 참석하는 등 부분적인 참여양상을 보였다.
일곱째, ‘결과’ 보다는 ‘참여’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여덟째, 사회변화에 대한 긍정적 의식을 갖는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논문을 썼던 2005년 가진 의문이었고, 2009년 현재 그 새로운 사회운동 개체의 구성원으로서 직면한 의문입니다.
- 이제 시민운동단체의 역할은 무엇인가? CC 사무국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디까지인가?
- 운동의 결과에 대해 전통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
- 공동의 목표를 얻어내려고 힘을 다해야하는가?

요즘들어 혼자 고민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여러 시민단체들도 소셜 네트웍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소통을 바라고 있지요. 이 이야기들을 본격적으로 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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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비 2011.07.07 00:48 address edit & del reply

    어슬렁 님의 고민을 구체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는 좋은 레퍼런스네요!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과도 닿아있는 것 같구요.
    낮에 잠깐 이야기했듯 민중운동 vs 시민운동, 시민운동 vs 촛불/날라리 이런 운동의 변화에 대해
    단순히 세대나 대세론이 아닌, 좀 더 다양한 경험과 시각으로 구체화해보는 과정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자 그럼 지금부터 논문 읽기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