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8 03:45

독서란 [스스로 번식하는 생물체]이다.


이런.. 블로깅도 잘 안하고, 더더구나 독서에 대한 글을 써본 적 없는 블로그에 갑자기 독서에 대한 얘기를 하려니 대단히 쌩뚱맞고 뻘쭘하군요. ㅡ.ㅡ;;;

http://www.platanustree.com/p/z8gvxi
제가 읽는 책들을 메모하는 마이크로 블로그입니다. 독서후기를 쓰기는 어렵고.. 그냥 읽을때마다 간직하고 싶은 구절과 떠오르는 생각들을 주절거리는 곳입니다. 그 책을 읽을 때 어떤 다른 책들을 관심있어 했는지 책장에 담겨있는 책들도 보는 것도 좋구요.

평소에도 순간순간 지나가는 느낌과 질문을 계속 잡아두어야겠다는 생각에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라, 종이와 펜으로도 하고, 민트패드로도 하고, 가끔 남의 책을 읽을때는 그 부분을 사진찍어 두었다가 메모를 따로 하기도 합니다. 플라타너스트리는 책에 대한 메모인거죠.

릴레이 바톤을 넘겨주신 egoing님은, 모르셨겠지만, 책에 낙서를 해도 된다는걸 제게 알게 해주신 분입니다. :)
그전까지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내 느낌과 작가와 다른 생각들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책을 깨끗하게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있어서 많이 지나쳤었지요. 포스트잇을 써보기도 하고, 책의 원본구절을 메모하고 거기에 다시 제 의견을 쓰기도 했었어요. 그러다 언젠가 우연히 egoing님의 책을 빌려읽었는데, 책에 적혀있는 egoing님의 의견과 생각을 보니 또 제 느낌과 의견이 연장되더라구요. 지금은 마음놓고 책에 줄을 치고, 작가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하며 낙서도 하고, 그래서 새로 알게 된 통찰을 적어놓기도 합니다.


제가 실제로 '독서'를 시작한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그저 내가 반응하는 책을 사서 쌓아두고, 반응하는 부분만 읽었으며, 그 저자가 얘기하는 전체를 꿰뚫지 못했었네요. 그동안 제게 책이란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지, '생각을 위해서' 혹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내 안에 질문이 없었을때는 책을 읽어봤자 그냥 글자를 읽는 것이고, 당연히 맞는 말이고, 누구나 아는 얘기였던거죠.

어찌보면 '정답'이라고 제시되는 기술서들만 읽다가 관심이 사회과학 쪽으로 옮겨가면서 글자를 읽는 것을 넘어 내 안의 질문들을 계속 번식시켜 나갈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을때는 서가에 그런 코너가 있는지도 몰랐던 심리학 같은 부분도, 사람에 대한 질문이 많아지면서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소설책과 수필집은 잘 안 읽어져요. ㅎㅎ


내게 독서란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다보니 몇개의 문장이 떠올랐는데요.

- 독서란 [내가 책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책이 나를 만나러 오는 것]이다.
저는 독서를 취미로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독서는 평소에 하면 좋다던데, 저는 호기심이 생길때 폭식을 하듯이 책을 읽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가끔 어떠한 사전정보 없이, 전철타고 가는동안 읽으려고 뽑아들고 간 책이, 그동안 고민하고 있던 것의 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깜짝깜짝 놀랄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독서는 내가 하는게 아니라 내 안에 질문을 가지고 있으면 책이 나를 만나러 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구요.


- 독서란 [모피어스가 제시하는 빨간알약]이다.
세상에 나타난 현상을 설명하는 책은 '지식'을 쌓아주고, (사실은 말빨을 늘려주고)
세상에 대한 가치를 설명하는 책은 '눈'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눈을 갖게 될때마다 매트릭스의 네오가 되는 기분입니다. 같은 세상이 책을 보기 전과 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이런 책을 만날때마다 반갑고 고맙고 항상 내가 모자라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 독서란 [스스로 번식하는 생물체]이다.
관심과 호기심이 갈수록 잡종(Hybrid)이 되어가니, 독서의 분야도 자꾸자꾸 번식해 나갑니다. 도서관에서 길을 잃는다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게됩니다. 호기심과 읽을 책들은 자기들끼리 번식을 해가는데, 정작 그걸 읽어야 할 제 자신은 그걸 따라가기가 힘드네요. ^^
요즘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 이번 릴레이에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Inuit 님이 처음 제안하신 [릴레이] 나의 독서론


1. 릴레이 규칙

1. 독서란 [ ]다. 의 빈 칸을 채우고 보충 자료를 제공한다.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족보를 건다.
3. 족보를 이어갈 주자 두 명을 지정한다.
4. 6월 20일이 지나면 이 릴레이는 무효.
(자세한 규칙 참조: http://inuit.co.kr/1712)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족보

-Inuit님(독서란 자가교육이다)
-buckshot님(독서는 월아이다)
-고무풍선기린님(독서란 소통이다)
-mahabanya님(독서란 변화다)
-어찌할가님(독서란 습관이다)
-김젼님(독서란 심심풀이 호두다)
-엘군님(독서란 삶의 기반이다)
-무님(독서란 지식이다)
-okgosu님(독서란 지식섭식이다)
-hyomini님(독서란 현실 도피다)
-Raylene님(독서란 머리/마음용 화장품이다)
-하느니삽형님(독서란 운동이다)
-foog님(독서란 삶이다)
-펄님(독서란 짝사랑이다)
-mepay님(독서란 연산작용이다)
-ego+ing님 (독서란 되새김질이다)



3. 족보를 이어갈 주자

- Mindfree
- sjOOnk
Trackback 10 Comment 12
  1. egoing 2009.06.18 08:57 address edit & del reply

    우왕 이거 제가 넘긴 바통으로 포스팅이 탄생하니 출산한 것 같이 기쁘내요. ㅎㅎㅎ 순간 저의 메모를 보셨다니 부끄러워졌지만, 책을 더럽게 돌려보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산인 것 같습니다. 글 잘 봤구요. 특히 책이 찾아온다는 말이 참 공감됩니다. 정말 책이란 내 안에 해답이 준비되었을 때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 어슬렁 ::어슬렁 @netstrolling:: 2009.06.18 10:23 신고 address edit & del

      ㅎㅎ 기회주셔서 감사해요~
      원래 해야하는 숙제는 안하면서, 뭔가 새로 숙제를 받는것 같아서 주저했는데, 어쩌면 그동안 고민하던 내용이라 한번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네요. 책 더럽게 돌려보기를 어떻게 좀 구체화해보세요. ^^

  2. 김젼 2009.06.18 10:50 address edit & del reply

    트랙백 전송해주셔서 찾아왔어요. ^ ^
    독서론 릴레이를 통해 좋은 블로그 많이 알게 되어서 너무 좋네요.

    • 어슬렁 ::어슬렁 @netstrolling:: 2009.06.18 12:11 신고 address edit & del

      아.. 저도 사실 섬처럼 존재하는 블로그였는데, 이번 기회에 정말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독서에 대해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3. 고무풍선기린 2009.06.18 10:56 address edit & del reply

    관심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점점 커져가는 모습에서
    자가번식하는 생물체의 모습으로 독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갑니다. ^^

  4. mahabanya 2009.06.18 12:30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 이누잇님 트랙백 놀이는 아주 제대로네요 ㅋㅋ 잊고 있다가도 트랙백 보면 달려와 읽는 재미가
    생물체에 비유하니까 생각난건데 닥터후라는 영국 드라마에서 전 우주의 책을 보관하는 도서관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심심하시면 함 보세요 http://www.mgoon.com/view.htm?id=1556475 와 http://www.mgoon.com/view.htm?id=1566213 를 차례로 보시면 됩니다.

  5. mindfree 2009.06.18 13:45 address edit & del reply

    음. 블로그 릴레이를 트위터에서 알려주다니. 반칙이야. 이누잇님의 블로그 릴레이를 보면 '작은 세상 네트워크'가 떠오른다지. 노드와 노드가 링크를 하고, 노드 중에 허브가 나오고. (물론 이 경우엔 가장 큰 허브는 이누잇님일테지만. 본인이 허브를 자처하기도 하셨고)

    그건 그렇고, 20일까지 마감인 릴레이를 18일날 주나?
    (독서는 개뿔, 날치알쌈에 쏘주나 먹자! 고 쓸껴)

  6. inuit 2009.06.18 22:23 address edit & del reply

    전 빨간약도 좋은데요. ^^
    어떤 책은 파란약도 있을듯..